미술그림

빛을그린화가들

joy1004 2007. 5. 23. 14:16
 

'빛을 그린 화가들' 인상파 거장 展

_알맹이 빠진 거장들의 한국 나들이


글/홍경한(미술평론가)



고흐, 고갱, 쇠라, 시냑 등 주요 작가 작품은 빠져…

마네 드가 로트렉 등은 판화가 대부분 차지


미술사에 거론되는 수없이 많은 사조들 중에서 우리에게 인상파만큼 친근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 근대미술의 시초가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음은 차치하고라도 소위 말하는 교과서 그림들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빈센트 반 고흐 같은 극적인 삶을 살다간 작가들이 시대를 관통하는 탓에 인상파는 그야말로 ‘인상’적인 화파로서 각인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에 인상파가 미치는 대중적인 반향은 지대하고 이 같은 점을 이용해 각종 국공립미술관에선 사실주의 작품들과 더불어 인상파를 주제로 한 대형 전시회를 해마다 개최한다.


문화방송(MBC)과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주)문화방송 문화사업팀이 기획한, 올 여름 최대의 블록버스터 전시인 ‘빛을 그린 화가들’_인상파 거장전은 2003년 열렸던 오귀스트 로댕 <위대한 손>전, 2005년의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이라는, 문화방송이 그동안 야심차게 주최했던 전시들을 잇는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업의 문화 참여라는 구실에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람객의 유치를 통한 재정 확보 혹은 이미지 업그레이드 차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 흥행 면에서는 또 하나의 획을 그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이번 전시에서는 인상파의 고향이자 발원지인 프랑스 화가들과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미국의 인상파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총 전시작품 87점은 전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OMA와 더불어 뉴욕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약 180년 전통을 자랑하는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품들로서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툴루즈 로트렉 등이 그린 유화와 판화, 수채화 등 다양한 화법을 이용한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인상파하면 떠오르는 다양하고 굵직한 작가들이 출품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국회의사당, 햇빛의 효과’와 ‘베니스의 팔라조 두칼레’ 등을 그린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5점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네의 작품들은 그의 스승인 '외젠 부댕'의 작품들과 함께 이번 전시를 이끄는 축이자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에 해당한다.



모네의 작품 가장 인상적


먼저 모네가 1903년에 그린 작품 ‘국회의사당, 햇빛의 효과(아래 우측 그림)’는 영국 국회의사당을 그린 연작 중 한 점으로 템즈강을 끼고 태양 광선에 시시각각 노출되고 있는 오후 늦은 시각의 국회의사당의 모습을 담은 풍경화이다. 1900년대에 그린 런던 3 시리즈 중 하나인 국회의사당

 연작은그의작품에서백꼽힌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반대편의 성 토마스 병원 발코니에서 여러 개의 캔버스를 펼쳐놓고 빛과 분위기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며 20번 이상을 수정하여 완성시켰다. 같은 국회의사당을 소재로 했지만 어떤 그림에는 배가 나타나고 있으며 또 다른 그림에는 태양이 눈부시게 붉게 떠 있거나 갈매기가 날고 있기도 하다.


클로드 모네 作_<국회의사당, 햇빛의 효과>1903년, 캔버스에 유채.81.3× 99.2cm


이 그림의 특징은 하나로 통일된 건물과 수면에 반사되는 대기와 빛의 파장들을 화면 속에 각종 컬러들로 녹여 내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은 마치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은 환영의 느낌을 주며 평면화 되고 분할된 색채는 대기와 수면으로 용해되어 거대한 실루엣을 형성하는 등 모네 그림의 특징이 잘 살아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표출시키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베니스의 팔라조 두칼레(아래 큰 그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이탈리아 베니스에 소재한 총독관저인 ‘팔라조 두칼레’라는 역사적인 건물을 그린 이 그림은 1912년 그의 개인전에 출품하여 찬사를 받았던 작품으로 베니스에서 그린 29점의 유화작품 중 하나에 해당한다. 모네는 이 그림을 며칠동안 물에 떠 있는 곤돌라에서 그렸으며 강한 햇빛을 받아 전면에 빛나는 건축물을 분홍, 보라, 노랑 등의 색조로 나타내고 있다. 물과 건축물의 붓터치는 서로 반대로 향하고 있고 어느 부분엔 캔버스 자체의 바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마치 미완성 같은 느낌도 전달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하학적 형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과 건물이 나란히 평행으로 드러누워 있지만 물에 비친 그림자는 수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반사된 기둥이 이를 더 강조하고 있는 등 건물과 서로 대비를 이루게 하는 기하학적인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본 전시에는 모네의 작품으로 ‘베르농의 교회’, ‘포르비에의 섬들’, 바랑비쥐유의 세관‘등이 출품되었으며 하나같이 그의 높은 예술성을 점칠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로드 모네 作_<베니스의 팔라조 두칼레>1908년, 캔버스에 유채.81.3× 99.1cm


이어서 눈길을 가는 작가로는 모네의 스승인 '외젠 부댕'. 1824년 프랑스 옹프륄 출신인 부댕은 밀레, 쿠르베, 코로 등과 교류하며 인상파를 창시한 인물이다. 야외 풍경을 그리기가 쉽지 않던 시절 그는 단순한 그림을 그려주며 돈을 벌던 모네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작업세계를 지도했으며 더 공부하라고 응원했던 인물이다. 그 자신 역시 고향인 옹프륄의 풍경에 정이 들어 직접 대면해야 하는 해변의 풍경화만을 주로 그렸으며 북프랑스의 노르망디나 브르타뉴지방, 네덜란드의 해변을 테마로 삼았다. 이번 전시에서도 ‘투르비에 항구’, 투르비에의 해안‘, 생 발레리 쉬르 솜 항구’ 등의 인상주의적 화풍이 피어나는 풍경화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론, 다른 여타 작가들의 작품은 생각보다 그저 그랬지만 모네와 더불어 부댕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감동이었다.)


모네와 부댕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입체파의 단초를 제공한 세잔이나 마네를 비롯해 바르비종파의 대가 도비니, 무희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드가, 사실주의 작품으로 유명한 쿠르베와 부르통, 전형적인 인상파 풍경화가 피사로, 시슬리 등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1869년과 1874년 모네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인상주의 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모네와는 다소 다른 느낌의 르누아르 등이 소품의 정물화를 토대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


<인상파 거장전>이라기 보다는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품>전


그러나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이번 전시는 <인상파 거장전>이라기보다는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품>전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만하다. 에전에 개최되었던 <서양미술 400년전>처럼 인상파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었던 작가와 작품들이 마치 이빨 빠지듯 상당수 누락되어 있어 인상파 거장전이라는 전시명은 옳지 못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흐’나 ‘고갱’의 그림은 찾아볼 수 없으며 신인상파 작가였던 ‘쇠라’나 ‘시냐크’의 그림 또한 발견할 수가 없다.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 作_<물랭루즈에서>1892년, 석판화.45.9×34.4cm


그나마 출품된 ‘마네’나 ‘드가’, ‘로트렉’의 작품들도 판화나 수채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유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세잔’의 유화는 달랑 한 점, 르누아르의 작품은 대부분 소품으로 대중들에게 낯선 정물화가 많다. 간단하게 말하면 일부 작가들을 제외하곤 익히 알고 있거나 보고 싶어 했던 그림들은 찾아 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물론 해당 미술관의 컬렉션으로 인한 문제겠고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국한된 전시방식을 택했기에 그러했겠지만 관람객들은 <인상파 거장전>이라 하면 으레 고흐의 많은 작품들과 마네의 <해뜨는 인상>, 쇠라의 <목욕하는 사람들>, 또는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따위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품 전>이 아닌 <인상파 거장전>이라고 했을까. 당연히 흥행을 염두에 둔 마케팅의 일환일 터이다. 그러나 이는 상세한 안내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관객 기만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원체 특징지을 수도 없는 인상파의 핵심을 들여다본다는 개념 보다는 인상파의 창시와 전개에 있어 그 영향권 아래 있었던 일부 프랑스와 미국 인상파 작가들을 <브룩클린 미술관 소장품>을 토대로 비교해 본다는 것이 더 어울린다.


한편 인상파는 그야말로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려 했던 미술운동으로 특히 인간의 눈에 보이는 자연의 빛과 색의 효과에 주목해 일상을 표현했던 화파이다. 양식적으로 각각의 화가를 하나의 특성으로 규정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인상파의 태동은 아카데미즘의 미술 경향에 반한 ‘살롱’전에 그림을 출품했다가 낙선한 세잔, 모네, 르누아르, 세잔, 피사로 등이 1874년 ‘제1회 인상파 전시회’를 열면서 세상에 알려 졌다. 이 전시회에 출품된 모네의 ‘인상_해돋이’라는 작품을 본 한 기자가 ‘인상파 전람회’라고 조롱하듯 전시회를 평했으나 역설적으로 이들은 ‘인상’이라는 단어야말로 자신들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대변한다며 스스로 ‘인상파’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 소개된 미국의 인상주의 미술은 그림 공부를 하러 유럽에 건너간 미국 화가였던 휘슬러와 사전트, 메리 캐사트 등에 의해 소개됐다. ‘미국 인상주의의 어머니’로 불리는 여류화가 메리 캐사트의 ‘빨간 옷의 여인과 아기’가 등장하며 미국 인상파 그룹 ‘10인회(The Ten)’에서 활동한 윌리엄 메릿 체이스의 ‘기모노 입은 여인’, 초상화의 대가 존 싱어 서전트, 제임스 맥닐 휘슬러 등 미국의 대표적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특히 휘슬러는 50년대 말부터 60년대까지 마네 모네 드가 르누와르 등과 교류하며 인상주의를 태동시킨 주역으로서 프랑스 인상파와는 달리 서정적이되 전통적인 사실주의 화풍으로 시대를 빛낸 인물로 기록되고 있지만 불행히도 이번 전시에는 그의 유화작품은 없고 ‘걸인’, ‘푸줏간의 개’ 등 판화작품만이 전시되었다.



(위 사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입구에 내걸린 '빛을 그린 화가'인상파 거장전과 한국미술협회 제 40회 정기전을 알리는 현수막.(우리나라 작가 전시는 이런 전시와 만나면 언제나 상대적으로 더욱 을씨년스러워진다.)


그럼에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귀한 작품들을 1만원 내외로 안방에서 관람할 수 있음은 더할 나위없는 행복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씁쓸한 것도 사실이다. 각종 해외 유명 걸작 전들을 통해 문화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하고 그 향유 층을 두텁게 한다는 건설적인 목적도 있지만 마치 명품처럼 브랜드만 걸면 쏠쏠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특히 우리 국공립미술관들이 1년 내내 모조리 해외 거장들 전시로 채우는 사이 역량 있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전시기회가 박탈됨은 더욱 쓰라린 부분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당도하면 입구에 매표소가 있다. 어른은 12.000원, 학생들은 그 보다 약간 저렴한 8.000원선에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으며 미리 전시 도록을 구입하여 훑어보고 입장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이왕이면 미술평론가 송미숙 씨와 박광렬 한국현대판화가협회 부회장 등이 풀어 놓는 상세한 해설과 전시작품이 전부 수록되어 있는 15.000원짜리 대(大)도록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연말정산을 위해 티켓부터 모든 구매물품까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니 꼼꼼하게 챙기자. (끝)




미국작가 <찰스 커트린 커란>의 작품 <언덕 위에서>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한 관람객.



참고로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3일까지 이어지며 전시장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층이다. 출구를 빠져나오면 아트상품 코너가 있다. 도록, 그림퍼즐, 짝퉁 그림, 각종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배경 그림은 프랑스 작가 베르트 모리조가 1873년에그린 <브루쉐 부인과 딸>이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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